측은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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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두어번 길러보기도 했으나, 첫번째 녀석(세바스찬)은 털 알러지가 있는 아버지 덕분에 제대로 키워보지도 못한 채,
어머니가 식당하시는 친구분에게 넘겨버렸고
두번째 녀석(마리)은 나름 성의를 다해 길러봤으나 발정기에 도주를 감행, 그 이후로 종적을 감췄다.

녀석들을 기르면서 나름 못되게 군 점도 많았고 해서 항상 가슴 한켠에 죄책감(?)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길냥이들을 보면 더 측은해 지고 가엾게 여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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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철야근무를 위해 사무실에 있던 중, 사장님의 호출로 근처 바를 향해 가게 되었는데,
한 분식집 앞에서 조그만 길냥이 녀석이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 가만히 있는 것을 보았다.
뭐, 분식집에서 먹을거라도 내주는 걸 기다리는 모양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고...

몇시간 후,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그 분식점 앞을 지나면서 혹시나 하고 둘러보았더니 녀석은 약간 떨어진 화단에서 또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슨 사연이 있길래, 가까이 다가서니 아무래도 역삼동 대로변에 있는 길냥이 답게 사람을 크게 두려워하거나 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손을 뻗어보니 그때서야 몸을 움직여 뒤로 피하는데, 녀석의 행동이나 울음소리가 너무 힘없이 갸날펐다.

몸 크기를 보니 대략 생후 4~5개월쯤 된 자묘로 추정되었는데, 가엾게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사는지 보통의 길냥이들과는 다르게
살집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너무나 자그마한 몸집을 가진 녀석.



뭐, 길냥이들의 애환이야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라지만, 날도 추운데다 이 조그만 녀석이 각박한 도시 환경에서 얼마나 버틸까 하는 생각을 하니
차마 그냥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냥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그시간에 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편의점에서 파는 참지 한 캔뿐.
캔을 따서 최대한 국물을 따라내어 녀석 앞에 두고 살짝 물러서니, 녀석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꽉 눌러진 참치를 조그만 녀석이 덥썩덥썩 씹어 먹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나 다를까, 표면만 할짝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없이 손가락으로 휘휘 참치를 헤집어 두니 그제서야 허겁지겁 참치살을 씹어 먹기 시작했다.
굶주린 배를 채우는 모습을 보자니 뿌듯하기도 했지만, 이때 뿐이란 걸 생각하니 참...
사정이 된다면 업둥이로 데려와 키우기라도 하겠는데, 그럴 수도 없으니 착잡한 마음만 더해간다고나 할까.


바람은 다시 차게 불어오고 그저 아작아작 참치살을 베어먹는 녀석을 보며, "힘내서 살아라." 라는 말 정도 뿐이 해줄 수가 없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지금도 마음은 웬지 씁쓸하다.
힘내서 살자.



*열심히 먹는 녀석의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둘까 했지만, 고아원에 위문품 들고 가서 사진찍어 오는 놈들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아 패스.
*그나저나 참치 캔 작은게 2,100원이나 하다니... 정말 이놈의 나라 생필품 물가는 너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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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add yours?)

  1. 화천대유 2009/11/04 01:44

    편의점이라서 그런가격이 가능하다는 항상 저는 먹지도 않는 천하장사 소세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길묘들보면 살살꼬셔서 먹는모습 보는게 즐겁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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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곤조박 2009/11/04 12:25

    세리카께 복 있으라!

    안그래도 지난 저녁 EBS 다큐프라임 '고양이의 별' 을 본 터라 씁쓸합니다

    아마 지금의 우리는 한반도가 생긴 이래 최대의 부를 누리고 있을 텐데요..

    생명을 대하는 각박함 또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그 각박한 시선이 우리들에게도 향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이렇게 말하는 저 역시 인정많은 넘은 아니니까.. 반성하고 고쳐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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